회사를 나온 뒤, 나는 다시 취직하는 것 말고도 할 수 있는 걸 다 떠올려봤다. 그중 하나가 게임이었다. 내가 할 수 있고, 좋아하고, 해보고 싶던 일.
25년을 돌아보면, 내가 가장 잘했다고 꼽는 일이 열 가지쯤 있다. 그중 하나가 LINE BUBBLE이다.
여러 사람이 함께 만든 게임이었다. 나는 그걸 대표했다. 세계 여덟 나라 앱스토어에서 1위를 했고, 일본에서는 꽤 오래 1위에 머물렀다. 솔직히 말하면, 라인이라는 큰 채널이 있어 출발이 가팔랐다. 하지만 그 자리를 오래 지킨 건 그만한 노력과 운과 결과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.
공로상을 받던 날, 동료들이 롤링페이퍼를 만들어줬다. 라인 캐릭터들 사이에 내 얼굴이 그려져 있었고, 빈자리마다 손글씨가 빼곡했다. 인기 있는 앱을, 사랑해주는 고객을 곁에 둔 시절이었다.
다시 그런 걸 만들 수 있으리라는 허황된 기대는 아니었다. 다만, 0에서 1을 다시 한번 내 손으로 만들어두고 싶었다. 1에서 100으로 가는 건 시간이 한참 걸린다는 걸, 알고 시작했다.
그래서 첫 앱을 만들기로 했다. 무엇을 만들지 한참 고민하다, 미국 앱스토어에서 인기 있던 인디 퍼즐 Arrows Out을 봤다. 화살표 자리에 기차를 넣었다. 기차가 빠져나가는 퍼즐, TrainsOut.
스테이지는 200개다. 1번부터 100번까지는 아이도 할 만큼 직관적이고 쉽다. 101번부터는 시간이 짧아지고 방해 요소가 끼어서, 그리 만만치 않다. 10대에서 20대 사이를 생각하고 만들었다.
나는 이 방식을 전에 해본 적이 있다. 미국 앱스토어에서 막 나와 인기가 가파른 게임들을 골라 리스킨하는 식으로, 한 달에 열 개를 출시한 적이 있다. 둘째 달부터 월 100달러쯤 광고 수익이 붙었고, 한동안 100~150달러 선을 유지했다. 기억에 남은 건 돈이 아니다. 이걸로 먹고살긴 어렵다는 것, 그리고 열 개를 동시에 굴린다는 게 얼마나 비현실적인지였다.
그래서 이번엔 열 개가 아니라, 하나였다.
혼자 만들었다. 디자인도, 개발도, 기획도.
기획은 Bear에 메모로 시작했다. 큰 그림은 Gemini와, 세부는 Claude와 주고받으며 잡았다. 그걸 문서로 정리해 내가 보강한 뒤, Claude Code에 넘겨 MVP를 만들었다. 처음엔 Codex로 개발하다 Claude Code로 옮겼는데, 대화하듯 이어갈 때 더 자주, 더 구체적으로 되묻는 쪽이 나한테 맞았다. 중간에 Claude의 디자인 도구가 나와서, 큰 개편 때 디자인을 전부 거기서 다시 했다. 지금 모습이 그렇게 나왔다.
게임 바깥의 공통 부분 — 배포, 코드 리뷰, 깃 전략, 로깅과 모니터링, 앱스토어 관리 — 도 손봤다. 처음엔 유료 SaaS를 들였다가, 지금은 다 걷어내고 필요한 운영 도구는 작게 직접 만들어 쓴다. 이것도 Claude Code와 함께. 또 맞는 크기였다.
그런데 정작 빠르고 덜 헤맸던 건, AI 때문만은 아니었다.
iOS 출시는 오랜만이었는데 손이 기억하고 있었다. 배포와 장애 관리는 더 큰 플랫폼에서 다루던 것이라 작은 퍼즐 게임엔 가끔 오버스펙이다 싶었다. 보안은 CISO를 하며, 경영의 감각은 C-Level을 거치며 몸에 남았다.
무엇보다, 25년간 갈고닦은 일하는 방식 — 목록을 만들고 처리하는 그 리듬 — 이 방황을 빨리 끝내게 했다. 도구는 가속기였고, 그 방식이 곱하기였다. 잠시 잃었던 페이즈를 나는 다시 찾았다.
TrainsOut은 지금까지 예순 번쯤 다운로드됐다. 광고 수익은 한 달에 3달러. 광고를 돌리면 숫자야 올리겠지만, 아직 그쪽은 하지 않기로 했다.
돈이 목표가 아니었다. 앱으로 먹고살기로 정한 적도 없다. 회사를 나온 뒤로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는 중이고, 앱은 그중 하나다. 지금까지 낸 게임 셋은, 무엇보다 감을 되살리려는 것이었다. 0에서 1을 다시, 내 손으로. 그건 됐다.
이제는 다른 걸 만든다. 실제 사용자의 문제를 푸는 앱 두어 개. 시간을 많이 쏟고 있고, 풀기 어려운 구석이 있어 출시가 안 될 수도 있다. 그래도 거기 매달린다. 사람들이 진짜 공감하는 문제를 풀면, 홍보하지 않아도 찾아온다고 믿기 때문이다. 그게 어렵다는 것도 안다.
TrainsOut은 그 길의 0에서 1이었다. 진짜 1은 아직 못 만들었다. 그래도 나는 계속 찾고 있고, 계속 찾을 것이다.